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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 괴사까지 유발하는 담배…'버거씨 병'이란?
당뇨병이 심하지도 않은데 발가락 끝, 손가락 끝에서부터 검게 괴사가 진행되는 이들이 있다. 이런 경우 당뇨병뿐만 아니라 고혈압을 동반한 경우가 흔하며, 흡연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이때 즉각 금연하지 않으면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흡연이 괴사 유발하는 이유는?
흡연은 발의 혈액순환 부전을 악화시킨다. 그 탓에 말초 혈관염이 진행되면서 발가락 끝이 괴사되기 시작할 수 있다. 당뇨 여부와 상관없이 흡연과 관련되어 유발되는 경우가 많으며, 괴사와 감염이 진행되어도 말초신경이 살아있기 때문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발가락과 손가락의 괴사를 유발하는 폐쇄성 혈전혈관염은 '버거씨 병'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이를 악화시키는 원인은 △발가락의 감염 △추위 △외상 △화상 △작은 상처 등이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흡연이다.
버거씨 병 환자들은 손가락과 발가락이 잘리는 고통을 지속적으로 느낀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이렇게 극심한 통증을 느끼면서도 금연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마약만큼이나 중독성이 강한 흡연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담배를 피우기 위해 흡연장소를 찾는 환자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래서 흡연은 중독인 동시에 질병이라고 생각한다.
약에만 의존하는 경우 많아…수술 후에도 담배 못 끊기도
버거씨 병을 자세히 설명하자면, 혈관의 염증을 동반한 염증물질과 혈관 내피의 손상 때문에 혈전이 발생하고 혈관이 막히는 병이다.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통증이 잘 조절되지 않고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마약에 중독되기도 한다. 게다가 오랜 기간 진행된 손, 발의 괴사와 감염 상처로 통증을 느끼면서도 병원 치료 중 발생하는 통증이 두려워 병원을 멀리하면서 병을 키우는 경우도 많다.
결국 올바른 치료를 거부하고 마약성 진통제만을 처방받기 위해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손발의 괴사 부분에 감염이 진행되는 이들을 볼 수 있다. 특히 흡연하는 남성에게 많이 관찰되는 질병인데, 금연하기가 힘들어 손가락 발가락을 절단하는 수술을 시행하고서도 수술 후에 담배를 피우기 위해 밖으로 향하는 환자들을 만나기도 한다.
버거씨 병 진단 내리려면 혈관 조영 검사 등 받아 봐야
명확하게 버거씨 병으로 진단을 내리기가 쉬운 것은 아니다. 질병이 어느 정도 진행되어 괴사와 동반된 특이적인 혈관 병증이 관찰되거나, 상처의 양상이 명확하거나 통증이 심한 경우는 이른 진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초기에 이러한 질병이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손가락이나 발가락에 작은 상처가 발생하고 괴사가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 다른 질병과도 혼동하기 쉬워 초기 진단이 매우 어렵고, 치료 또한 어려운 편이다. 임상적인 진단을 내리는 것과 동시에 확진을 하기 위해서는 혈관 조영 검사나 초음파 검사 등을 시행하게 된다.
예방과 치료의 최선은 금연…발병 시 치료 방법은?
버거씨 병의 가장 중요한 치료방법이자 예방법은 금연이다. 만약 버거씨 병이 발병했다면 통증 조절을 위한 여러 약물 치료를 시도해 보기도 하고, 혈관 확장제와 혈전 용해제 등을 복용하면서 증상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괴사가 진행되고 감염이 유발된 경우라면 감염을 제거하기 위한 수술적 변연절제술 등 추가적인 치료를 시행할 수밖에 없다.
혈관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혈관 확장 시술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혈관염과 혈전 등으로 인해 시술 후 혈관 상태가 더 악화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임상 양상과 혈관의 상태를 면밀하게 판단해서 신중하게 시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의료진에 따라서는 원위부 괴사의 상처를 조금 치료해 보고, 상처 치료가 잘되지 않고 통증이 너무 심해 무릎 아래 대절단을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통증을 조절하면서 감염을 막는 것이 쉽지 않아 치료의 과정이 매우 힘들기에 의료진과 환자가 치료를 포기하고 절단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직접 버거씨 병 환자의 치료를 시행했을 때는 대절단을 시행한 경우는 없었다. 최대한 대절단을 막기 위해, 발가락과 손가락의 괴사 부분만을 선별적으로 치료하고 감염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치료가 가능했다. 이렇게 버거씨 병의 정도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환자의 상태에 맞추어 절단을 최소화하면서 치료를 시행한다면 대절단을 막고 발을 보존하는 치료를 할 수 있다.
다만 버거씨 병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진의 치료 방법이나 기술이 아니라, 환자의 금연에 대한 의지와 절단하지 않고 치료하겠다는 결심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금연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버거씨 병의 치료 예후나 경과도 좋지 않으며, 악화되기도 쉬우므로, 반드시 담배를 끊어야 한다.
글 = 박정민 원장(혜민병원 정형외과 전문의)